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은 이미 일상을 위협하고 있고, 시민들은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고 싶어도 부족한 정책과 생활환경 앞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개인의 실천을 넘어 도시의 구조와 정책을 함께 바꾸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도넛모델로 만드는 생태복지 워크숍」은 시민이 기후위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고, 대전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도넛경제 모델을 통해 사회적 기본권과 생태적 한계를 함께 고려하는 생태복지 도시 개념을 익히고, 주거·먹거리·이동·소비 등 생활 속 문제를 시민의 시선으로 진단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도출된 의견은 대전광역시 민선 9기 8대 전략인 '탄소중립 친환경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의견으로 제출될 예정입니다.
김병권 소장(녹색전환연구소) ·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우는, 민선 9기 도넛 도시를 위해」
민선 9기가 출범했지만 과거 혁신도시·스마트시티 같은 뚜렷한 도시 비전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엘니뇨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지금,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면서도 삶의 질을 지키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파리협정의 1.5도 한계선은 이미 2024년에 한 차례 넘어섰고, 과학자들은 이번 민선 9기 지방정부 임기 내 붕괴 가능성을 전망합니다. 전 세계가 태양광·배터리 설치를 가속화하는 사이,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정체되어 있고, 중앙정부의 반도체 산단 확장은 지역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가는 모순을 낳고 있습니다.
도넛경제학(케이트 레이워스)은 복지(안쪽 원 — 물·보건·주거 등 사회적 최저선)와 생태(바깥쪽 원 — 기후변화 등 생태적 한계선)를 동시에 지키는 모델로, 대전시 정책의 목표는 시민이 이 두 선 사이 '연두색 도넛 공간'에 머물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4대 통합정책으로 교통 복지·친환경 전환(대중교통 요금 인하, 전기자전거 보조금), 자가용 중심 관성 전환(주차요금의 보행·자전거 예산 전환), 건물 그린 리모델링(단열 개선 50% 지원), 에너지 생산 도시(대학·아파트 유휴부지 태양광화)가 제시되었습니다.
| 대전 데이터 초상 | 1단계 둥근도넛에 표현하기 | 2단계 2030 비저닝 | 3단계 정책 도출 | 4·5단계 발표 & 공유 |
|---|---|---|---|---|
| 대전의 현황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도넛모델로 진단 | 둥근도넛에 스티커로 대전의 지금을 표시 | 시나리오를 들으며 대전의 미래를 상상하고 비전 문장 작성 | 현재→미래를 위한 정책 5가지를 모둠별 토론으로 선정 | 선정 정책을 전체와 공유하고 10대 정책을 함께 선정 |
안쪽 파란 영역 — 사회적 기초(주거·건강·일자리·안전 등) · 바깥쪽 초록 영역 — 생태적 한계(에너지·탄소배출·오염 등) · 그 사이가 시민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적정 영역입니다.
참가자들은 이 둥근도넛 위에 항목이 잘 채워졌다고 느끼면 초록 스티커를, 부족하거나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끼면 빨간 스티커를 개수 제한 없이 붙였습니다.




시나리오를 들으며 2030년 대전의 미래를 상상하고, 모둠별 논의를 거쳐 만든 비전 문장입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소비
재생에너지 기반의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이웃과 삶을 공유하고 환경을 지키며, 가까운 일상 속 두근거리는 행복을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각자 선호 정책 3개를 고른 뒤 모둠별 논의로 5개씩 최종 선정하고, 그 정책이 실현되면 좋아질 도넛 항목을 최대 3개씩 선택했습니다.
4개 모둠이 제출한 정책 20개(모둠당 5개) 중, 전체 참가자가 대전에 우선 필요한 정책 5개를 선택(본인 모둠 투표 2개 이하 제한)해 최종 10개를 선정했습니다.
| 모둠 | Top10 진입 수 | 채택률 | 진입 순위 |
|---|---|---|---|
| 소비및여가모둠 | 4개 | 80% | 5, 7, 9, 10위 |
| 이동(교통)모둠 | 3개 | 60% | 1, 3, 8위 |
| 주거모둠 | 3개 | 60% | 2, 4, 6위 |
| 먹거리모둠 | 0개 | 0% | 없음 |
정책 20개 중 10개가 채택되어 전체 채택률은 50%였습니다. 1~4위가 전부 이동 또는 주거 정책으로 채워져, 에너지 전환·대중교통처럼 물리적 인프라와 직결된 정책이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로 꼽혔습니다. 공유·돌봄·생태교육 같은 생활밀착형 정책은 5, 7, 9, 10위에 자리했습니다.
주거·이동·소비여가모둠은 모두 정책이 하나 이상 10위 안에 들었고, 먹거리모둠이 제출한 5개 정책(도시농업공간 확대, 생태돌봄 지원, 숲도시 조성 조례, 채식지원 조례, 탄소발자국 라벨 의무화)은 이번 최종 투표에서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소비및여가모둠은 채택률 80%로 가장 폭넓은 공감을 얻었지만 순위는 대체로 중하위권에 자리했고("넓게 공감받은" 정책), 이동·주거모둠은 채택률은 60%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좁지만 강하게 지지받은" 정책). 먹거리·농업 의제가 이번 우선순위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이유가 정책 자체의 매력도인지, 전달 방식인지, 혹은 체감 긴급도의 차이인지는 다음 단계에서 함께 짚어보면 좋을 지점입니다.
1단계 도넛 진단에서는 소득·일자리·에너지수확·대기오염이 4개 모둠 공통으로 가장 보완이 시급한 항목으로 꼽혔지만, 3단계에서 시민들이 직접 고른 정책들이 이 항목에 주는 개선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전광역시는 「탄소중립기본법」 제11조에 따라 국가 기본계획과 정합성을 갖춘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민선 9기는 이를 뒷받침할 8대 전략의 하나로 '탄소중립 친환경도시'를 제시하며 분산에너지 특구, RE100 대응역량 강화, 햇빛발전소와 햇빛연금, 노후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제로에너지 공공건축물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시민들이 직접 선정한 10대 정책을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이 대전시가 이미 추진 방향을 밝힌 정책 영역과 폭넓게 맞닿아 있습니다.
| 시민 제안 정책 | 대전시 탄소중립 친환경도시 전략과의 연계 |
|---|---|
| 대중교통 요금 통합 지원 /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 전기자전거 보조금 확대 | 교통 복지 · 친환경 전환 (자가용 중심 이동에서 대중교통 · 무탄소 이동수단으로 전환) |
| 노후주택 그린리모델링 확산 | 노후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민선 9기 핵심 공약) |
| 신축건물 재생에너지 의무화 · 지역에너지 활용 / 교육기관 탄소중립 전환 |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RE100 대응역량 강화, 제로에너지 공공건축물 확대 |
| 도보 10분 도시숲 · 공원 조성 | 녹지 접근성 지표 관리 (민선 9기 측정 가능 지표) |
| 배달 다회용기 사용 의무화 / 행정복지센터 공유 · 수리 인프라 구축 | 생활형 탄소중립 실천 확산, 자원순환 · 폐기물 감축 |
| 생태교육 · 생태관광 일자리 육성 | 시민이 생산과 이익 공유에 참여하는 생활형 탄소중립 (시민참여 발전량 등 참여형 지표와 연결) |
이는 시민들이 막연한 이상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대전시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실현 가능한 실천 과제를 함께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민선 9기가 탄소중립을 선언적 목표가 아닌 전력자립률, 온실가스 감축, 녹지 접근성, 시민참여 발전량 등 측정 가능한 지표로 관리하고자 하는 만큼, 이번 시민 제안 정책들은 각 지표의 실행 근거이자 시민 체감도를 높이는 실천 사업으로 즉시 검토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